2023. 3. 10. 00:40ㆍCommon life/Writing
MBTI가 유행한 지도 몇 년은 지난 듯하다. 이제는 다소 식상해지기도 했고 비과학적/유사과학이라는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MBTI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어딘가에서 서로를 소개할 때 MBTI 알파벳으로 조합된 4글자만 이야기하면 '아~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겠구나' 하는 느낌을 서로 간 알 수 있다.
나는 MBTI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나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관심이 많을 뿐이다. 하지만 꽤 오래 전부터(약10년 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이렇게 대유행이 오기 전부터도 많든 적든 나의 관심사에 두고 흥미를 가지며 관찰해 왔다. (연구 내지는 공부라고 하기엔 그 깊이가 미미해서...) 또한,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예전부터 MBTI 간이검사 사이트인 16퍼스널리티(영타쓰기 귀찮) 사이트를 공유해서 검사를 해보게도 했다. 정식검사는 돈이 드니까, "이걸 굳이 돈 주고 왜 해?"라는 반응이 올까 봐 추천하진 않았다.
나는 MBTI 가 INTP 이다. 10여 년 전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어린이재단 정기봉사활동을 갔을 때 공식검사지로 했을 때의 결과가 INTP였다. 그 이후에 ISTP가 잠깐 나왔다가, 다시 INTP와 ENTP가 번갈아 가며 나왔다. ENTP는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근 FormQ 공식검사지로 했을 땐 다시 INTP가 나왔다. 간이검사로 했을 땐 INTP범주에서 I 또는 N 이 변하면서 다른 유형이 나오긴 했지만 공식검사 두 번은 INTP 가 나온 것이다. 사실 I와 E의 차이는 51대 49로 거의 반반이 나와서, 나도 상당히 신기하기는 했다. (내가 이렇게 외향적인 사람이었나 싶은...)
최근 MBTI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 분야에서 연구과 공부를 많이한 유튜브 채널도 많아졌는데, 그런 부분을 보면 우리가 흔히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을 다각도로 깊이 있게 정리해 주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뭔가 무슨 느낌인진 아는데, 설명하기 난해한 것들을 잘 정리해 준 느낌) 나도 그런 영상들을 몇 편 보고 내 나름의 생각을 덧붙여서 글을 쓰고자 한다.
MBTI의 제일 마지막 글자인 J/P는 생활양식에 대한 부분으로 나무위키 설명은 이렇게 되어 있다.
생활양식 - 선호하는 삶의 패턴
- 판단 (Judging) - 분명한 목적과 방향 선호. 계획적이고 체계적이며 기한을 엄수한다.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잘하며 뚜렷한 자기의사와 기준으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린다.
- 인식 (Perceiving) - 유동적인 목적과 방향 선호. 자율적이고 체계는 없지만 재량에 따라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적응하며 결정을 보류한다.
J도 여행가서 계획표, 일정 없이 다니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 아니, 내가 알고 있는 일부 J형들은 오히려 여행지에서는 편하게 놀겠다며 나보다도 계획 없이 가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 P도 책상정리를 잘하고 시간표를 만들어 생활할 수도 있다. 단순히 계획을 세운다 만다로 J / P를 구분 지어서는 안 된다. 생활양식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결국엔 어떠한 방법 - 과정을 통해 마무리를 짓느냐, 일을 끝내느냐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쉽게 말해 J형들은 어떠한 일이 생기면 '현재의 내가 정하고 그걸 밀고 가는' 방식이다.
즉, 일단은 뭔가를 끝내놓자는 주의이다. J형들이 계획적인 것은 어떤 문제나 일 - 해야 할 것이 생겼을 때, 이것들을 어떻게든 '빨리 또는 기한엄수 또는 효율적으로' 끝내려고 한다. 그냥, 어떤 문제나 일을 갖고 자꾸 생각하고 질질끌고 싶은 게 싫은 거다.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나 탐구와는 다름) 빨리 해야 할 것들을 해치워버리고 다른 걸 하거나 쉬고 싶은 것이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관찰시간, 주의깊게 보는 부분 등에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거나 정의 내리려고 한다. 마치 자신의 방에 유형에 따라 구분된 여러 상자들이 있고 여기에 사람이든 사물이든 현상이든 상황이든, 이런 것들을 착착 정리해 놓는 느낌이다. 뭔가 견고한 기준이나 틀이 있는 느낌이 있다.
또한 현재시점에서 나의 능력, 내가 찾은 정보 등을 기준으로, 지금 최선의 선택을 했으니까, 이걸 믿고 밀고 나가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최선의 선택을 했는데' 다시 그 짓거리를 하기 싫기도 하고, 크게 유의미한 것이 아니라면(약간 정도의 손해라면) 그냥 정해놓은 대로 가고 싶은 것이다. 그걸 바꾸기 위해 드는 정신에너지, 시간, 돈의 낭비가 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대로 P형들은 '조금 더 알아 보고, 나중의 나에게도 선택권을 주자'는 주의이다.
P형들은 상황에 적응하거나 목표가 유동적으로 바뀌는 것에 상대적으로 J형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어떤 일이나 문제에 대해서 '너무 빠르게' 결정을 내려버리면 나중에 '아! 이런 것도 있었는데,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이게 더 좋았네?' 하면서 후회를 하기도 한다.
P형들의 사고흐름은 A에서 B로 갔다가 C로 갔다가 다시 A로 왔다가 G로 갔다가 V로 가기도 하기도 한다. 책을 열심히 보다가 문득 어젯밤 냉장고에 넣어둔 먹다 남은 샐러드가 생각나기도 하고, 일본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뜬금없이 아이슬란드 비행기 일정표를 보기도 한다. (내가 INxx유형이라 이런 예시를 들었지만 다른 유형의 P들도 비슷할 것이다. 사고와 행동의 집중력이나 일관성이 J형들보단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지금 결정을 내려도 나중에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여지를 남겨두는 태도이다.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선택권을 남겨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 때문에 게으르다고 보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뭐가 더 좋냐? 하면 정답은 없다. 뻔한 대답이지만 각자 자기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고 자신이 더 효율성을 낼 수 있고 편한 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활양식인 J / P 유형은 하나의 도구처럼 쓰이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J형인 친구들이 무계획적으로 여행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기도 한다. 일상을 빡빡하게 살아서일까. 여행에서 계획에 없던 낯선 곳을 방문하거나 그냥 길거리에 있는 식당을 갔는데 맛있었다거나 하는 것에서 오는 기쁨을 엄청나게 만끽한다. 사실 여행이란 게 그런 쾌감이 있기도 하다.
반면, 나는 P형인데도 예전에 여행 계획을 타이트하게 세워서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다양한 곳에 가기 위해 분 단위로 일정을 짰는데 실제로 가보니 시간이 너무 빡빡하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발에 물집이 잡혀 터짐) 이런 상태로 다니다 보니 같이 간 친구들에게 너무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어쩌면 계획을 잘 못세우는 P형이라 무리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때려 박아서 일정을 짜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가 싶기도 하다.
J는 계획적, P는 즉흥적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J와 P의 생활양식을 모두 표현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J는 판단과 결정 P는 인식과 적응 으로 생각한다.
J의 판단과 결정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현상이든 상황이든 모든 것을 어떠한 기준(시간기준, 돈의 기준, 옳고 그름, 도덕적 기준, 법의 기준, 양심의 기준, 사회통념의 기준 등)에 부합하는가? 부합하지 않는가? 잘한 것인가? 못한 것인가? 하는 쪽으로 생활을 하고 사고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자기 주관이 P형들보다도 다소 뚜렷한 면이 있다.
친구 중에 ISFJ, ISTJ 형들이 있는데 조용하고 주변에 맞춰주는 편이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우유부단하다거나 선택한대로 따라간다거나 하는데, 이 두 친구 모두 J형이다. 그럼 J형인데 왜 이러는 걸까?
생활양식은 위에도 말했지만 단순히 뭔가 보이는 것을 단편적으로 할 때 드러나는 것만 봐서는 안된다. J이니까 무조건 영행은 계획 꼼꼼하게 세워야지? 하는 게 틀린 것처럼.
ISFJ형 친구는 인간관계에서 마땅히 해야 할 예법(?) 도의(?) 같은 것을 본인이 정해 놓고 사람을 가르는 것을 보았다. 그냥 욕하거나 시비 걸면 안 되지,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했으니까 상대도 저렇게 해야지', '저 사람은 이런 일을 하니까 이러한 태도를 갖고 일을 해야지' 이런 느낌이었다. 또한, ISTJ형 친구도 비슷했다. 여기는 인간관계보다는 사회적으로 또는 회사체계 내에서 마땅히 본인이 해야 할 것, 마땅히 후배라면 해야 할 것, 마땅히 상사라면 해야 할 것에 대한 기준들이 있었다. 대체로 둘이 비슷한 게 ISFJ형들은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기준을 활용하는 듯했고 ISTJ는 회사나 사회 같은 체계에서 그런 자신의 기준을 들여다 보이는 듯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냐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INTP인 내가볼 땐 굳이 저런 걸 생각해 놔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누가 뭔가를 마땅히 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하니까, 그렇게 하는 게 맞으니까, 그런 것들이 정답처럼 여겨지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위법이 된다거나 주변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면, 그것도 해도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막말로, 직속 상사인데 신입직원한테 밥 한번도 안 사줄 수도 있는 거고 인사를 안 받아 줄수도 있는 거다. 반대로 신입직원은 일을 잘 배워서 1인분만 하면 되는 거고 굳이 밥을 안 사주는 상사를 욕할 필요는 없는 뜻이다. '저런 상사도 있을 수 있고 거기에 맞춰서 내 할 것만 하면 된다' 이게 P형들의 사고일 듯하다.
다시 ISFJ, ISTJ 형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결국 이 친구들은 ISxx형 때문에 굳이 나서서 본인들이 집단에서의 결정권을 주도하지 않았을 뿐이지 개인적으로는 자신들의 기준을 갖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P형들은 아무 기준도 없고 생각도 없이 사는가. 하면 그건 당연히 아니다. J형들에 비해 저러한 기준이 조금 느슨하거나 광범위할 뿐이다. 그리고 생활양식에 따른 태도이기 때문에 기준이나 줏대없이 생각 없이 사는 건 절대 아니다.
P형들은 인식과 적응이라고 했는데 인식은 관찰하면서 상황을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쉽게말해 변화되는 상황을 잘 인식하고 거기에 맞춰 적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계획이 틀어져도 J형들보단 스트레스가 덜 할 것이다. (둘 다 최대치로 꼼꼼하게 여행계획을 세웠다는 가정하에)
업무변동이나 다른 곳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ExxP형들은 '일단 하고보자' 는 주의라서 바뀐 상황에서 자신들이 할 일을 그냥 막 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IxxP형들은 주도면밀하게 관찰을 한다. 관찰을 통해 자신들이 할 행동의 실패를 줄이는 결정력을 높이며 조금씩 상황에 적응할 것이다.
여담으로 J형들 중에는 본인들의 영향력을 넓히는데 관심이 있거나 그 영향럭으로 지배욕을 갖고 있는 유형이 P형들보다 많은 것 같다. 특히 ExxJ형들은 관리자 역할이나 리드역할을 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구난방, 글이 두서없이 전개 되었는데 나중에 수정할 일이 있으면 다시 가다듬어 봐야겠다. 아니면 또 다른 주제로 써보게 될지도.